| 제목: 일본농업의 생존법(펌) |
`사과 하나에 10만원`..일본의 생존법
[이데일리 조영행기자] 일본 도쿄 북부의 농촌 히로사키에서 과수원을 하는 농부 가타야마 히사노부는 자기 과일을 '사과의 롤스 로이스`라고 부른다. 1개에 15달러, 우리돈으로 1만5000원에 판매되는 일본 최고의 명품 사과는 주로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로 팔려나간다.
하지만 올해 가타야마의 과수원에서 생산된 것 중에서 가장 비싼 사과는 도쿄의 긴자가 아니라 중국 베이징으로 팔려 갔다. 베이징에서 일본 사과는 개당 17달러에 판매된다. 중국산 사과의 100배쯤 하는 가격이다. 심지어 중국의 용문양 등을 껍질에 장식한 최고급 사과는 1개에 100달러, 물경 10만원에 팔린다.
사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본이 태국에 수출하는 머스크 멜론은 무려 240달러나 하고, 쿠웨이트에 수출하는 사각 수박은 170달러에 팔린다. 홍콩에는 3달러짜리 딸기를 수출하고 있다. 비싸기 때문에 더 잘 팔리는 것이 세계의 부자들을 겨냥한 일본 농산물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농업시장 개방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WTO 각료회담이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수입관세 인하의 위협에 직면한 일본 농가가 세계 최고가의 농산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의 과일 수입국인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농업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농가를 보호해왔다. 이 같은 관세장벽이 허물어지면 일본 농가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고가의 농산물 생산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최고급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일본의 노력이 농가보조금 지급을 위장하는 새로운 형태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급 과일에 주력함으로써 관세 인하에 따른 일본 농가의 충격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과일수출은 2만5000톤으로 1999년의 2배가 넘을 전망이다. 전체 수출금액은 20억 달러로 전체 농업생산의 2%에 불과하지만, 일본 정부는 앞으로 5년 내에 이를 2배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올해 한 농업 회의에 참석해 "개도국의 값싼 농산물과 수산물을 일본이 이길 수 없겠지만, 더 맛있고, 비싼 상품을 수출함으로써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방법이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전략은 나름대로의 성과를 내고 있다. 히로사키의 경우 그 좋은 사례로 꼽힌다. 이 지역의 사과 수출은 지난 10년 사잉에 2000톤에서 1만5500톤으로 크게 늘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본 과일은 해외시장에서 입지를 굳혀 가고 있다. 미국 사과가 장악하고 있는 대만 시장에서 일본은 4년만에 15%의 시장을 차지했다.
세계 최대의 사과 생산 국가인 중국에서 일본의 최고급 사과 수입은 크게 늘고 있다. 가타야마의 경우 올해 중국에 사과 20톤을 수출했다. 이는 3년전에 비해 무려 10배나 늘어난 수치다. 가타야마의 사과는 런던과 대만으로도 수출되고 있다.
가타야마는 말한다. "중국 부자들이 일본인들 보다 더 비싼 사과를 사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사과 값이 비쌀수록 인기가 더 좋아요. 이 것이야 말로 일본의 농민들이 생존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데일리 조영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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