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종로구청 끝내 장애인과 충돌 |
종로구청, 끝내 장애인과 충돌
농성장 폭력적 철거로 사태만 확산시켜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종로구청에게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서울시는 공문으로, 보건복지부는 구두로 이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성람재단 비리로 인해 발생한 장애인권의 유린은 말 못하는 장애인들의 목숨과도 직결된 문제입니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종로구청에게 있는 만큼 우리의 요구는 명확합니다. 성람재단의 비리 이사진을 전원 해임시키고 민주적인 이사진을 구성하도록 종로구청이 현재의 권한을 이행하는 것입니다”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 박경석 집행위원장의 주장은 단호하다.
7일 오후 9시경, 성난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종로구청 앞을 쩌렁쩌렁 울린다. 서울시경 기동대가 출동하고, 공무원 100여명 이상이 비상대기 중인 종로구청 앞은 폭풍전야를 연상시키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도대체 이 날 하루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저항, 다시 저항, 계속되는 저항
“성람재단 문제는 시설비리의 총체, 누군가는 책임져야”
지난 7월 26일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장애인 운동가들. 이들은 대부분 지체장애인이거나 중증장애인이다. 비장애인 활동가래야 여성 활동가들이 고작인 이들 공동투쟁단은 그나마 재단비리에 맞서왔던 시설 노조원들이 가세하지 않았다면 구청직원들의 물리적 공세에는 저항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미 몇 차례 천막철거 과정에서 여성회원들이 폭행당하거나
성추행을 당하는가 하면 중증장애인조차 길바닥에 내던져지는 등 패싸움이나 다를 바 없는 공무집행이 계속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이날의 철거 과정도 유사한 문제의 발생이 우려됐었다.
장애인과 일반공무원의 일정한 시각차가 드러난 이번 사태는 적어도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쪽이 종로구청임은 분명해 보인다. 비록 종로구청 관계자는 서울시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상급기관의 결정과
입장이 일관되게 구청 쪽에 권한 위임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권한 위임이 비록 종로구청의 주장대로 부당한
것이라 할지라도 현재 합법적으로 권한이 위임된 부분에 대해서는 시인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며, 다만 종로구청이 내세우는 것은 “권한을 위임받은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 표명 외에는 달리 내세울 논리도 없기 때문이다.
2005년 사회복지법안은 법인의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와 시설의 소재지가 동일한 시도 또는 시군구에 있지 아니한 경우, 당해 시설의 업무는 시설 소재지의 시도지사 또는 시군구청장이 지도 감독하되 별도의 행정협약을 체결할 경우 협약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즉 다시 말해 종로구에 소재를 두고 있는 성람재단의 법인과 재단이 운영하는 시설이 철원이나 강원도 지역에 위치함으로써 법인과 시설이 지역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경우, 종로구청과 철원, 강원도 지역의 해당 시군구와 행정협약을 통해 시설업무에 관한 협약을 맺을 수 있고 이를 근거로 업무 분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행정협약이 거부되어 어려움이 있으며, 관리감독 차원에서 1년에 2회 방문하는 정도로는 관리 감독이 힘들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행정상의 문제는 개선해야 될 사안이지 감시 소홀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공동투쟁단의 견해.
공동투쟁단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규정과 법규의 미비, 상급기관의 결정과 불분명한 책임관할 등 재단과 시설복지의 관리 감독에 있어 허점이 드러난다고 해서 장애인의 목숨이 위태로워지고, 인권이 무참히 유린되며 한 해 100억원의 국고가 지원되는 기관에 대한 책임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종로구청
측에 이의를 제기해 왔다.
결국 이 같은 인식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양측간 대화의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종로구청장이 휴가 중인 7일 종로구청은 최종적으로 천막철거에 나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또 한번의 폭력사태로 시민사회단체와 구청의 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후 6시경 폭력적 철거, 5시간의 팽팽한 대립은 무엇을 남겼나
종로구청과 공동투쟁단 간에 농성 초기부터 난무한 폭력과 욕설은 노골적인 감정대립으로 비화됐고 결국 종로구청의 폭력적 공무집행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하고,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애시당초 비닐 천막 제거 과정에서 발생했던 폭행과 성추행, 술에 만취한 공무원이 공무집행에 나서는 등 시작부터 종로구청과 장애인 운동가들과의 만남은 썩 좋지 않았다. 천막 철거과정에서 박경석 집행위원장의 목을 프랑으로 질질 끌고 가는가 하면 시설복지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의 가슴을 만지는 성추행이 발생했던 것이다.
7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천막철거 과정에서 중증장애인 활동가 이규식씨가 휠체어와 함께 넘어지면서 발에 목이 밟히는 부상을 당하는 가 하면, 한 여성은 천막뼈대를 부여잡고 버티다가 구청직원이 힘으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뼈대에 살이 3센티 가량 베이면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8시경에는 한 구청직원이 양측간 언성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얼마 받고 데모하러 왔느냐”며 장애인 활동가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자 이에 흥분한 장애인 활동가들이 “비리재단에서 돈 받은 것은 너네가 아니냐”며 양측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일상적으로 억눌려 왔던 오랜 장애생활의 고통을 이해한다. 그러나 그들의 절규가 종로구청 직원들에게는 집단 민원이나 시민 불편을 가중시키는 이익집단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소요에 휘말리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던 일부 종로구청 직원들은 장애인 활동가의 모습에서 답답함을 느꼈는지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천막과 차량, 집회 용품을 빼앗긴 장애인 활동가들이 락카를 이용해 종로구청 벽과 바닥, 기둥 등에 김충용 구청장에 대한 항의의 내용의 글을 쓰자 다시 양측간 충돌이 일어났다. 중증장애인들의 전동차를 부여잡고, 그들의 몸을 비트는 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행위인지 모르는 공무원들의 행동은 쉽사리 농성참가자의 분노를 불러왔다. 악순환은 계속됐다.
9시경 간략한 집회를 했고, 농성참가자 외에도 소식을 듣고 온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장애인 단체 회원들로 15명 안팎이던 농성참가자는 40명 가까이 늘었다.
종로구청을 향해 이들 공동투쟁단의 일방적인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10시경 서울시경 특수기동대가 주변에 배치됐다. 한때 장애인들을 에워싸는 듯 했으나 이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돌아갔다.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몇십억씩 횡령을 저지르고 인권을 유린하는 진짜 범법자는 몇년간 방치하더니 불법 집회한다고 물리력을 동원해 장애인을 처리하는데는 망설임이 없다"며 이날의 사태를 간략하게 평가했다.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의 종로구청 방문이 예정되어 있지만, 성람비리 척결을 요구하는 공동투쟁단과 종로구청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7일 양측의 대립은 성람재단의 비리가 해소되고 민주적인 시설운영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또다른 화근이 되고
말았다.
2006년08월08일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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