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공무원노조 특별법거부 당연하다 |
[사설]공무원 노조법, 국제기준에 맞춰 개정해야
어른에게 어린아이 옷을 주면서 “사람은 모름지기 옷을 입어야 한다”고 부르대는 모습을 가정해보자. 옷이 몸에 맞지 않아 “못 입겠다”며 거부하는 어른을 ‘옷을 입지 않는 것은 야만행위’ 운운으로 나무라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오늘 발효되는 공무원노조법이 바로 이같은 ‘턱없이 작은 옷’에 해당된다 하겠다. 이 법의 시행으로 공무원노조는 5·16 군사쿠데타 이후 무려 45년 만에 처음으로 법적으로 인정을 받게 됐으나 법 곳곳에 자리잡은 갖가지 제약으로 인해 합법화 조처는 빛이 바래게 됐다. 전국공무원노조와 공무원노조총연맹 등 당사자들이 합법화를 환영하기는커녕 “법외(法外)노조로 남아 권리쟁취투쟁을 벌이겠다”며 ‘불법단체’를 자임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의 공무원노조법으로는 한마디로 정상적인 노조활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공무원의 지위와 관련돼 있더라도 정책·예산 등에 관한 사항은 아예 교섭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또한 전체 공무원 56만명 중 절반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등 가입 범위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한했다. 손발을 모두 묶어놓고 “마음대로 달려도 좋다”며 선심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우리는 현행 공무원노조법을 정상적인 노조활동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국제적 기준으로 맞춰 개정할 것을 정부측에 촉구하고자 한다.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이 허용된 미국의 10개주와 영국, 프랑스 등에서 공공부문 파업으로 나라가 결딴났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교섭 대상과 노조가입 범위 등도 넓히는 것이 마땅하다. 세계화·국제화를 신주단지 모시듯 받드는 정부가 무엇 때문에 유독 노조활동 등에 있어서는 ‘한국적인 기준’을 고수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권익신장에 헌신했던 인권변호사와 진보적인 경제학자가 각각 대통령과 노동부장관으로 있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노조탄압국가의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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