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거꾸로 달려가는 행정자치부 |
거꾸로 달려가는 행정자치부
(2004. 12. 8/[한겨레]사설)
행정자치부가 전국공무원노조의 파업을 ‘엄벌’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의 집단행동에 처벌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행자부가 마련해 현재 관련부처와 협의하고 있는 ‘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이른바 ‘불법 집단행동’ 징계수위를 한 단계씩 높이고 정치운동 금지 위반에 대해서도 징계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행자부의 ‘강공’은 공무원노조가 총파업 과정에서 ‘백기’를 들었다는 판단 아래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무원노조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도 지도부는 단식농성을 벌이고 본부별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도 행자부가 강경책으로 일관한다면, 공무원노조의 투쟁에 정당성을 더 높이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운동 금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공무원노조 스스로 밝혔듯이 공무원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독재권력에 맞서 진정한 국민의 권리를 위해 저항하지 못하고, 정권의 하수인으로 온갖 관권선거,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려 왔던 부끄러운 과거”를 정부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들이 ‘집권세력의 첨병’ 구실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선택권을 가지겠다는 것은 민주주의 성숙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지 그 반대는 결코 아니다.
행자부는 선거로 뽑힌 울산 동·북구청장에게 끊임없이 ‘징계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지방자치의 기본 취지를 모르쇠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사무실에 난입해, 이해찬 국무총리가 사과까지 했는데도 행자부가 강경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전혀 반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노조는 파업 당일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에 대해서도 70여건에 이르는 부당징계가 자행되고 있다며 당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간경화 말기로 치료 중인 공무원까지 중징계하는 것은 ‘참여 정부’의 간판을 무색하게 하는 일이다. 정부의 ‘자중’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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