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파업공무원 징계 타당한가? |
파업공무원 징계, 타당한가
[부산일보 2004-12-22 12:12]
얼마 전 울산의 동구청장과 북구청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파업 에 가담한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징계와 관련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울산시장은 또 다른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답답한 심사를 전 한다.
문제의 해답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우리 헌법 제33조는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주면서 공무원에 대해서는 토를 달고 있다.
즉 같은 조문 제2항에서는 '공무원인 근로 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 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결국은 입법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
그 러면 어떻게 법을 다듬는 게 합당할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표준 은 국제노동기구(ILO)의 발상인 듯하다.
ILO의 생각은 단순하다.
첫째, 단결권은 공무원을 포함해서 모든 근로자에게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군인·경찰,'중요한 관리권한 내지 정책결정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은 배제될 수도 있다.
따라서 소방직·교정직·교육직은 물론 관리직·감독직·기밀직 공무원에 대해서도 단결권은 인정되어야 한다.
둘째, 단체교섭권은 공공부문이냐 민간부문이냐 따지지 않고 인정되는데,'국가관리에 종사하는 공무원'에게는 그 적용이 제외된다.
따라서 공무원이나 교사,우편·통신사업 종사자,군대에서 일하는 민간항공 기술자 등의 단체교섭권도 보장된다.
셋째, 단체행동권은 '공권력을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공무원'이나 그 업무의 정지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 또는 건강이 위태롭게 되는 사업에 대해서만 금지할 수 있다.
다만,이 경우에도 적절한 대상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면,우리나라는 현재로는 정보통신부와 철도청 소속의 현업기관,그리고 국립의료원의 작업현장에서 노무에 종사하는 자에 한해서 노동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시대의 변천에 맞추어 정부는 공 무원,교정·수사 및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 등을 제외한 6급 이하 공무원의 노조 설립과 가입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입법의 가닥을 잡았다.
단 공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일체의 쟁의행위는 금지하고자 한다.
이러한 입법의 방향은 분명히 ILO의 생각보다는 퇴영적이다.
노동운동이 허용되는 폭이나 깊이가 훨씬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법은 단순한 법적 논리가 아니라 타협의 산물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입법 움직임에 반발한 공무원들의 파업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현행법을 어긴 공무원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제재가 도마에 올랐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결론은 정부의 조치는 분명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법은 엄정한 집행이 중요하지만, 법의 앞엔 정의라는 커다란 이념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는 처벌 법규는 행위에 대한 대가가 적절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공무원들의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적정한 것인가?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재정 지원을 미끼삼아 파업 공무원에 대해 파 면이나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공무원의 파업 행위가 파면이나 해임을 당할 만큼 중차대한 범법행위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공무원의 파업,즉 공무의 정지(노동행위 제공 중지)가 어떠한 성격의 것이었는지,그 행위가 끼친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금번 공무원들의 파업은 항의(시위)에 불과했을 뿐 전면파업에 나선 것도 아니요,파업의 효과인 공무의 정지라는 것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파업 공무원에 대해 직장에서의 삶 (노동생활)을 빼앗으라고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이성을 잃은 조치임이 분명하다.
정부의 의도는 일벌백계를 통해 공직 사회의 기강을 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직장을 잃고 헤매게 될 공무원 개개인의 아픔을 보지는 못하는 듯 하다.
법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그 법은 가장 이성적으로 재고 따져서 집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가 웅변해 온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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